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이란 거짓말을 계속하다가 그 거짓말이 마치 진실이라고 자신도 믿게 되고 환상 속에서 사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이 병은 개인의 사회적 성취욕은 크지만 사회적으로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경우 자주 발생한다고 하는데 마음 속으로 강렬하게 꿈꾸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으면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살게 된다고 합니다.
‘태양은 가득히’(1960년)에서 알랭 들롱이 연기한 역할이 리플리었는데 이 영화에서 그는 사소한 거짓말 때문에 아이비리그 출신 재벌가의 아들인 디키 그린리프를 만나게 됩니다. 그 후 그의 삶을 동경하게 된 리플리는 점점 더 대담한 거짓말과 신분 위장으로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됩니다.
‘태양은 가득히’의 원작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인데 리플리가 주인공인 이 연작 소설은 1955년부터 1991년까지 모두 5편이 출간되었고 소설 속 리플리는 신분 상승 욕구에 사로잡혀 거짓말을 반복하다 결국은 자기 자신마저 속이고 환상 속에서 살게 됩니다.
리플리 병은 아직 공식 명칭은 아니고, 가설 수준이랍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신정아 교수의 가짜 박사 학위 사건을 소설 제목을 빌어 '재능 있는 신정아씨(The Talented Ms. Shin)고 했는데 그녀를 리플리 증후군으로 생각한 것이겠지요.
25년 넘게 함께한 저의 모임에도 이런 사람이 있답니다. 처음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너무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문에 커튼 대신 커다란 방패연을 두 개 붙였다는 것 밖에 생각이 나질 않지만 혼자 사는 자신의 집 인테리어를 직접 얼마나 개성있게 했는지, 식사를 할 때에도 얼마나 우아하게 식탁을 차리는지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인데도 프랑스 미술관에 그림 보러 떠난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부러워하며 롤 모델로 생각할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가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같은 사건에 대해 그녀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의 말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우리 사회에서는 두 세 사람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라 그녀 자신과 주변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거의 거짓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삶을 멋있게 포장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모든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 주고, 모든 모임에서는 자신이 리더로 사람들을 이끌어나가고….
처음에 우리는 그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그 사람의 이야기에 점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고 심지어는 사실인 이야기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답니다. 점점 거짓말이 심해지더니 우리가 함께 경험한 이야기를 우리 앞에서 버젓이 포장하여 거짓말을 하는 거에요. 이때부터 우리는 거짓말이 아니라 병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병의 원인은 사랑을 받지 못해서, 주변에 사람이 없어 너무 외로워서라고 결론을 내렸구요.
이 사람의 증상과 다음의 리플리 증후군의 증상과 너무나 똑같답니다.
리플리 증후군의 증상으로는
* 자신의 세계는 완벽하다.
자신의 삶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포장합니다. 남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을 보며 기쁨을 느끼므로 계속 거짓말을 만들어냅니다.
* 이상은 높고 욕망이 강하다
의외로 괜찮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높은 이상은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원동력이 되었지만 리플리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거짓말의 원인은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죄책감이 없고 어떤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 조울증 환자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울증 환자는 기분이 좋아 붕 떠있을 때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와중에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기분에 들떠 말을 하다 보면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게 되는
것이지요.
* 자신의 말에 토를 달면 화를 낸다.
본인이 말한 내용에 대해 의심을 하며 다시 확인을 하면 반사적으로 화를 냅니다. 깨어져서는
안 되는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공격적 방어 형태를 취하는
것입니다.
옆에 없을 때에는 ‘잘해줘야지’ ‘가여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실제로 만나 ‘또 거짓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는 너무 짜증이 나요. 본인은 다른 사람을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던데요. “xxx선생은 정신과 치료 받아야 될 것 같애.” 우리는 그분이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