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어키11-epilogue
epilogue
유난히 더위를 타고 건강한 몸으로 여행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2013년 터어키의 여름은 정말 더웠다. 볼거리는 많은데 다니기가 힘들었고 힘든 가운데 보는 유적들은 웬만해서는 감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더위에 지쳐 모두 눈으로만 보고 패스. 그나마 찍는 것도 거의 핸드폰으로만 찍다보니 블로그에 올릴 변변한 사진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시원한 곳에서 쉬고만 싶어 에어컨 있는 카페만 열심히 찾았고 전에 왔을 때와 달리 물가가 많이 올라 돈을 더 찾아야만 했고.
이번 여행에서 꼭 다시 보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세마였다. 이슬람의 메비레비의 종교춤 ‘세마’의 근거지인 코냐에는 가지 않지만 혹시 이스탄불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졌는데 무산되고 말았다. 속세에서의 해방을 뜻하는 춤으로 묘비를 상징하는 원통형 모자와 장례용 덮개를 의미하는 흰색치마를 입고 오른팔을 하늘로, 왼팔을 땅으로 향한 채 세마젠들이 빙글빙글 팽이처럼 맴도는 모습이 엄숙하고 경건하여 다시보고 싶었는데...
나를 행복하게 한 많은 것들 중에 하나는 터키의 음식들이다. 아이스크림들 특히 쫄깃쫄깃한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여러 종류의 케밥들, 하루에 한번은 먹었던 피데 등등. 바이람 기간이라고 7시30분 전에는 절대로 음식을 주지 않고 7시가 지나야 앉을 수 있는 맛있는 통닭집도 생각난다. 유쾌하던 종업원들도. 그리고 카파토키아에서의 하맘과 타투. 뜨거운 커다란 대리석 위에 누워서 땀을 흘리고 나면 때밀어주고 특히 비누거품을 이용한 아주 잠깐 동안이긴 하지만 맛사지의 상쾌함. 다른 지역은 몇 배 비싸서 엄두도 못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타투집에서 발목에 한 도마뱀 타투. 위로 올라가서 먹은 항아리 케밥에 곁들여 나온 쌈.
터어키 첫날 숙소로 갈때 제이틴부른(Zeytinburnu)역에서 소매치기가 지갑 빼는 것을 다시 뺏은 박 샘, 덕분에 항상 가방 조심하며 다녔었는데 3주후 이스탄불로 다시 돌아온 후 술탄아흐멧역에서 내릴 때 없어진 시계. 사람들이 입구를 막고 비켜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는데 가방만 조심하고 시계는 그만 신경을 ... 아주 좋은 시계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