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in Progress -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사진전
이제 수술부위도 어느 정도 아물었고, 짧은 외출은 할 수 있게 되어 살 것 같다. 보조 신발을 신고 절뚝거리며 돌아본 곳은 단골로 가는 대림 미술관.
28년간 Chanel의 수석 디자이너이며 동시에 50여 년간 Fendi의 책임 디자이너로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 못지않게 사진가, 광고감독으로도 유명한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74)의 사진전. 똑같이 반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모든 작업은 진행형이며, 꾸준히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라거펠트의 도전 정신에 맞게 사진전의 이름은 ‘Work in Progress’
1987년 샤넬 컬렉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때부터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는 이미지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 패션뿐만 아니라 그의 뮤즈로 주목받았던 모델들의 인물, 누드, 풍경, 건축, 다양한 실험사진 등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창작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 400여 점이 전시되고 있었다.
2층에서는 패션 사진과 Chanel, Fendi의 광고 사진을 선보이고 3층에서는 칼 라거펠트의 예술성 짙은 개인 작업들을 볼 수 있다.
그는 사적인 작업을 주로 할 때는 흑백사진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색채에 흔들리지 않고 피사체와 사진 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전적인 사진기법들 뿐만 아니라 포토샵 아이패드 등 현대의 digital technology를 능숙하게 다뤄 작업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며 미술사 속의 작가와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시즌에 따라 컨셉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찾는 다른 디자이너, 포토그래퍼와는 달리 그는 자신이 발탁한 젊고 가능성있는 모델들과 오랜 기간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20대 초반의 신인 모델이었던 브래드 크로닉이 30대 중반의 탑 모델이 되기까지 그의 얼굴을 각기 다른 시간, 다른 표정으로 그가 모델로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담아낸 사진 180여 장으로 미술관의 한 벽을 채운 사진을보며 한 모델과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의 관능적인 누드 사진 ‘바디 후리덤’ - 신체가 가진 표현력과 감정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 화보 또는 광고를 촬영하기 전 자신과 함께 일할 모델의 신체를 충분히 연구한 후 촬영에 임한다고 하는데 그 연구라고 할 수 있는 사진들.
인간이 만든 조형물과 자연의 창조물 비교하는 Designed by man and nature - 흑백의 대비가 강하고 직선의 느낌이 센 에펠탑과 대비하여 나뭇잎이 음영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그래서 한참을 그 앞에 서 있게 만들었다.
바닷가 모래 사장의 바퀴자국과 건축물을 촬영하여 빛과 그림자로 새로운 형태의 추상이미지를 표현한 실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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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4층에서는 라거펠트의 단편영화 8편을 모아 상영한다고 했는데 토요일은 상영하는 날이 아니어서 아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