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 연> 최인호
존 던의 시처럼 이제 나도 조용히 헤어지는 데 익숙해질 나이가 되었다.
죽음이 이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울 때가 되었으며,
수많은 이별 연습을 통해
나 자신도 존 던의 시처럼 내 영혼에게 조용히
“이제 그만 떠납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지혜와 경륜을 배울 때가 된 것이다.
.
.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영혼에게 가만히 가자고 속삭이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첫 페이지부터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더 읽지 못하고
지금은 내 곁을 영원히 떠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울게 만든....
한편 한편 읽으면서 왜 그리 가슴이 아픈지
마흔세 편의 글을
계속해서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곤 했다.
2010년 1월 발간된 ‘인연’의 아름다운 순간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집 .
조용히 헤어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지금 암투병 중이다.
2007년 봄 침샘암을 발견하고, 수술과 항암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2008년 8월부터 7개월간 집필 활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가족.
1975년부터 35년 6개월 동안 ‘월간 샘터’에 연재하다가,
2010년 1월 막을 내린 그의 소설 이름이 <가족>이다.
이 에세이집 ‘인연’을 통해
자신의 지나온 육십 육년 세월을 되짚어 ‘인연’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는데,
가장 소중한 연결고리가 ‘가족’이다.
인연은 생의 강을 건너게 하는 징검다리
최인호는 인연이 우리의 삶 속에 반짝이는 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인연들로 인해 한 사람의 생애는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든 결코 하찮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인연은 우리의 삶을 어떤 지점으로 인도하는 등대이며,
생애를 증명하는 이력이자 추억의 총체다.
작가는 자신의 생애 어느 순간에 다가와
지금의 자신을 만들고 이끈 인연들을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는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동무가 되어준 작은 돌멩이,
일상에 함몰되어가는 나날 속에서 섬뜩한 생의 비의를 깨닫게 해준 한 구절의 말씀,
낯선 곳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수호천사처럼 다가와 도움을 주었던 낯모르는 사람들,
계절과 생명의 위대함을 가르쳐준 꽃잎 한 장…….
돌이켜보면, 생이라는 강을 건너게 해준 것은 바로 인연이라는 징검다리였다.
최인호는 말한다.
“당신이 눈물 흘릴 때, 이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당신을 위해 울고 있다”고.
우리는 모두 같은 몸을 지니고 있고, 인연은 사람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마당의 나무에서 자라는 꽃잎,
길에서 주워 온 난이 피워 올린 꽃망울,
수십 년 동안 입고 신어 온 옷과 신발 등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최인호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통해 최인호는
인연이라는 길을 따라 아름다운 추억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0.12.29 - 2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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