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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어느 날

병상일지-전정신경염

 

잠빈둥졸려

 병상일지

 

2014. 11.12 (수)

   항상 불면증으로 괴로운 아침을 맞이하였지만 오늘은 햇살이 방안까지 들어온 가운데 충분히 늦잠을 자서 기분이 업되어 벌떡 일어났다.  순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큰 파도가 치면서 속이 울렁거렸지만 갑자기 일어나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들은터라 잠시 앉아 있으니 별일은 없었다.

   화요일마다 항상 있는 ‘우리 집 모임’의 잔재들을 정리하는 순간 있는 듯 아닌 듯 아주 약한 어지러움이 있기도 했지만 잠을 너무 자면 이런 일이 있나? 하도 오랜만에 잠을 만족하게 잘 잔 것만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쳤다.

 

  오후 2시 집을 나섰는데 무거운 짐을 들어서인지 기운이 없고 웬지 걸음이 똑바로 걷는 것 같지 않는 듯해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6시 집으로 돌아 올 때는 마음과 달리 똑바로 걷지 못하고 걸음이 자꾸 오른쪽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건 보통일이 아니리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4년 전 어지러움으로 왔던 병원의 응급실로 직행했다.

 

  응급실 담당의사의 간단한 검사 후 뇌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소견과 함께 입원 결정.

  4년 전의 급성 당뇨로 인한 어지러움과는 확실히 다른 유형이라 혹시 뇌졸중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밤에 몸을 뒤척일 때, 아침에 일어날 때와 오전 중에는 어지러움이 심하지만 오후가 되면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기본적인 검사들과  뇌 검사, 신경계통 검사 후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첫째, 뇌출혈이 없는 것으로 봐서 뇌경색의 경우

둘째, 중추신경계통의 염증

 

MRI 등을 찍는 등 다시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제일 괴로운 검사는 비디오안진검사였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내가 느끼는 것은  세상이 360도 회전하고 

내가 저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하여 손을 허우적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어지러움이 너무 심해 구토가 나고  그래서 몇 번씩 쉬었다가 다시 하고....

 

결과

동맥경화가 뇌를 비롯하여 여러 군데 있지만 이것이 이번 어지러움의 원인은 아니고

병명은 급성 전정 신경염

 

 

2014. 11. 15 (토)

 금요일 새벽 화장실에 가다 넘어졌다는 말에 어제는 광서가 와서 잤다.

 직장 일에 피곤할텐데도 밤중에 2번씩이나 시중을 들어주었고...

 

 전의 어지러움이 100이라면 오늘은 10정도 15정도?

 병명이 나오고 본격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어지러움이 많이 줄었다.

 오전과 오후 하루에 2 번씩 중추신경계 발달재활치료도 받는다.

 원래 평형감각이 둔한데 어지러움까지 동반하였으니 잘 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20분씩 열심히 받고 또 병실에 와서도 정원으로 나가 연습하곤 한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오전만 재활치료받고 오후시간에는 정원에 나가 조심조심하며 연습하였다.

 신경염은 1주나 2주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어지럼증은 수주 혹은 수년 갈 수도 있다고 한다.

 

 1월 7일 인도네시아가기로 했는데 걱정이다.

 누워있는 것 보다는 앉아있는 것이

 앉아 있는 것 보다는 서 있는 것이

 서 있는 것 보다는 걷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깨어있는 동안은 거의 서 있었다.

 나는 빨리 퇴원하고 싶은 아줌마니까

 

 

2014.11.16. (일)

새벽에 몸을 움직이는데 다시 커다란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어지로움의 정도는 50

주치의와의 면담도 없고 검사도 없고 재활치료도 없고

조용히 하루가 지나간다.

 

우리교회에서는 추수감사절인데

 

 

2014.11.17 (월)

어제와 같은 큰 어지러움이 오늘은 오래 가는 것 같다.

아침식사 때와 그 이후에도!

재활치료시간인 10시 30분이면 대체적으로 약해지기 마련인 어지러움이

오늘은 재활치료에도 영향을 주어 제대로 하기 어려움을 느꼈다.

오후시간에는 좀 나아지긴 했어도 역시 전만 못했다.

 

오후 재활치료실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MRI실로 갔다.

약을 투여해도 안진검사에서 처음보다 나아지지 않았기에 혹시 시초라서 발견하지 못한 아주 작은 병변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다시 찍은 것이다. 그 사이 자랄 수도 있으니까.

 

 

2014.11.18 (화)

여느 때라면 아침부터 음식 준비 하느라 아주 분주한 ‘모임이 있는 날’인데

오늘도 병원에 있다. 어지러움의 강도는 어제보다 약해졌으나 오늘 새벽 몸을 뒤척이는데 침대가 전과 달리 좌우가 아닌 상하로 움직이는 어지러움.

퇴원을 하면 입원하고 있을 때보다 더 어지러울꺼라고 하는데 왜?

점점 나아지는 것이 아닌가!

 

어젯밤 배가고파 귤 한개 먹었는데 아침 식전 당뇨가 146이 나왔다.

우리동네 의사는 당뇨 경계선에 있다고 운동하라면서 약을 주지 않았는데

여기에 입원하니 9층 특실 전체 입원환자 중에 나만 당뇨식을 먹는다

내가 당뇨였다니!

 

하루 4번 당검사

여기에서 주는 식사만 하고 식후 2시간 후 검사에는 128

목이 말라서 무심코 우유나 두유1개 마셨더니 201이란 숫자가 나왔다.

집에서는 물대신 우유나 두유를 마시는데....

이젠 당뇨까지 걱정을 해야 한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서운 당뇨.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아침이다.

 

 

2014.11.19 (수)

새벽녘에 링겔줄 한 개가 빠져 시트와 링겔꽂이 병실바닥이 온통 피바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현장과 같은 모습이다.

옆에서 자는 올캐가 곤히 잠을 자서 미안한 마음에 너무 조용히 불렀나보다.

깨지 않기에 간호사 호출기를 누르려다 말고 링겔꽂이에 피를 받으며 문을 열었다.

문만 열면 바로 앞에 간호사가 있으니까.

10걸음 조금 더 걸었을 뿐인데 링게꽂이에 피가 반이나 찼다.

링겔꽂이 다른 걸로 바꾸고 링겔 줄 갈고 손의 피 닦아주고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잘 대처해 나간다.

환자복이 불편해서 뒤척이다보니 벌써 2번째

지난번에는 이보다는 훨씬 덜했는데 오늘은 정말 무섭다.

지난번에도 제가 했는데 오늘도 또 제가 하네요.

그러고보니 이 간호사가 근무할 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어지러움은 별 차이가 없이 그렇고, 매일 같은 일의 반복이다

하루 2번 재활치료

하루 한번 주치의 면담

하루 4번 기본적인 검사 (체온, 혈당, 혈압, 맥박.)

하루 3번 식사와 약

하루 2번 링겔 교체

 

 

오전 주치의 면담-

눈의 흔들림은 약간 나아졌고

운전과 수영은 절대 금지.

하루 최대 2시간이내 재활운동을 꾸준히 할 것.

그리고 내일 퇴원해도 좋다고 한다.

 

밤 9시에 새로 꽂은 링겔이 계속 들어가지 않아

간호사가 계속 왔다 갔다 하며 살펴보고 결국 주사바늘 새로 꽂고

1시 반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2014.11.20 (목)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원의 날.

새벽부터 아침에 이어지는 어지러움은 여전했다.

병원에 입원하고는 오전에 한번, 오후 한 번 이상 낮잠을 자곤 했는데

어제 링겔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퇴원한다는 생각에 힘들지도 않았다.

주치의 면담시간에 집에 가면 더 어지러울 가능성이 많고 사람들이 많은 마트 등은 당분간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단다. 만일 심하게 어지럽거나 구토 등이 있으면 즉시 연락하거나 응급실로 올 것 등을 당부 받고 재활치료 후 링겔 빼고 퇴원!!!

 

1인실은 장기 입원환자들이 차지하고 있어 항상 비어있는 곳은 특실밖에 없다.

코를 골기 때문에 입원 할 때 마다 어쩔 수 없이 특실에 들어가곤 한다.

하루비용이 20만원.

많이 아플 때는 아무 생각 없지만 조금 낫게 되면 그때부터는 입원비가 너무 아까워서 언제 퇴원할 수 있는지 안달이 나곤 한다.

 

주치의 면담시간에 항상 집에서는 더 어지러울 가능성 많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오늘 그 의미를 완전히 알게 되었다. 퇴원은 사실 시기상조. 1주일정도 더 입원하여 주사치료를 해야 하나 퇴원을 시키는 것이라 더 어지러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다.

 

 

2014.11.21 (금)

주사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준 날

어지러움은 어제보다 강도가 강해 하마터면 침대에서 떨어질 뻔 했다.

하루 주사약 없었다고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을까

하루종일 어지러워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 맞춰 식사하고 약을 복용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누워있는 것 보다는 앉아 있는 것이 좋다는 말에 간간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있었고 화장실 다녀올 때마다 아주 천천히 몇 걸음씩 걸어보는 것으로 재활치료를 대신했다.

저녁이 되어 어제 아침의 어지러움 정도가 되어 그때부터 살살 움직일 수 있었다.

 

 

 2014.11.27 (목)

강도는 많이 약해졌지만 순간 순간 느껴지는 어지러움은 여전했다.

10시 10분 채혈검사 후 어지러움을 측정하는 비디오안진검사를 다시 받고 주치의와의 면담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에 점진적으로 적응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 재활 훈련 열심히 하고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진다는 것, 한 달분의 약 처방 받고 집으로.

이제는 내가 극복하기위한 노력만이 남아있다. 면역력부터 길러야 되는데!

 

 

 

전정 신경염은 목감기나 코감기 등을 앓고 난 뒤에 자주 나타나는 증상으로 어지럽고 사물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동반한다. 한쪽 귀의 전정신경이 손상되 생기는 것으로 초기에는 증세가 심하다가 1-2주일 내로 호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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